캠핑장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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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너를 도울 수 없어. 네가 두 번째로 나를 버리고 덧글 0 | 조회 120 | 2021-05-13 15:53:01
최동민  
[이제 나는 너를 도울 수 없어. 네가 두 번째로 나를 버리고 나서던 날, 그날 나도 너를 버렸어. 내 가슴속에서 영원히 지워버리기로 했어. 그날 이후 너는 내 가슴속에서 서서히 잊혀져 갔어.]창살틈으로 여린 빛이 새어들었다. 그 빛을 따라 먼지의 입자들이 깃털처럼 가볍게 움직이고 있었다. 차라리 먼지가 될 수 있다면. 그의 몸과 마음이 산산이 부서져 가루가 되어 창공을 나를 수만 있다면.그게 정말입니까?당신은 너무 자신만만한데, 당신의 신념 가운데 여자의 머리카락보다 더 가치있는 것은 없다. 당신은 죽은 사람처럼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당신의 삶 자체에도 자신이 없다. 나는 모든 것에 대해, 인생뿐 아니라 죽음에 대해서도 너보다 더 확실히 자신을 가지고 있다. 이 진리가 나를 붙잡고 있는 것과 같이 나 역시 이 진리를 꽉 붙들고 있다. 내 생각은 전에도 정당하였고, 지금도 또한 정당하다. 언제나 내 생각은 정당할 것이다. 나는 이처럼 살았지만 별다르게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이것은 하고 저것은 하지 않았다. 이런 짓은 하지 않았으나, 별다른 것은 하였다. 그리고 그 후, 나는 마치, 그 순간, 자기의 정당함을 증명하는 저 새벽을 마냥 기다리고 있던 것 같았다. 중요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나는 그 까닭을 알고 있고, 너 또한 알고 있다. 저 허망한 인생이 영위되는 동안, 나의 미래의 밑바닥에서 아직 닥쳐오지 않은 세월을 통하여, 하나의 숨소리가 나를 향하여, 떠올라 온다. 그 어두운 숨소리는 매일매일이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는 나의 삶 속에서 나에게 주는 모든 것이 균등하게 되게 한다. 다른 사람의 죽음, 모성애, 이 따위가 다 무엇이냐. 소위 신, 사람들이 선택하는 생활, 사람들이 선택하는 숙명, 그런 것에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하지만 현일이 형과 진숙의 죽음을 통해 겪은 신앙이라는 색다른 정신세계는 현일의 내면질서를 끝없는 혼돈상태로 뒤흔들어 놓았다. 그는 자연스럽게 종교라는 틀을 갖춘 신앙에 대해 서서히 관심을 가져갔던 것이다. 종교에 관심
[이 가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개겨? 너, 지금 잘난 묵비권 행사하냐?]미영은 수시로 현일에게 그렇게 물어오곤 했다. 밥을 먹다가도, 화장을 하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불현 듯 그런 화두를 던지곤 했다. 현일은 그런 물음에 접할 때마다 이루 말할 수 없이 곤혹스러웠다. 이미 정답이 빤히 보이는 문제를 앞에 놓고, 혹시 그 문제에 어떤 함정이라도 있을 것 같은 의구심과 더불어 이런 문제 같지도 않은 문제를 낸 사람에 대한 짜증과 분노가 슬며시 일어나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잠깐만. 여기서 제가 충헌님께 꼭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사전에 충헌께서 진숙이와 저의 관계를 아셨다면 이 일을 도모하지 않으셨다고 장담하실 수 있습니까? 솔직한 충헌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가게로 돌아오니, 진숙이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내실쪽에서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선배언니가 운영하는 사설무용학원에 다시 나가게 되었다. 현일이 반강제적으로 가게 일에서 손을 떼게 했더니,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바로 취직이 되었던 것이다.상우는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졌다. 무언가 견딜 수 없는 거북한 느낌이 그의 늑골을 자극하고, 가슴속을 마구 휘저었다.준오가 자기 방으로 건너가자, 인혜와 단 둘이만 남게 되었다. 그녀는 너무 울어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성길이 한쪽 눈을 찡긋거리며 낄낄거렸다. 현일은 어이없이 피식 웃었다.뼛가루는 손가락 사이로 빠져 달아난다. 미영은 울지 않는다. 한 주먹씩 한 주먹씩 움켜쥐고 가만히 물결위에 놓아 준다. 그러면 그 흔적들은 젓는 노에 떠밀려 죽 흩어진다. 노를 젓는 정빈이도 말이 없다. 그들은 모두 말이 없다.상우는 준오와 함께 낙엽으로 뒤덮힌 오솔길을 말없이 걸어 넓직한 바위 위에 걸터앉았다. 세상이 처음 시작되면서부터 바위는 그 자리에 지금 모습 그대로 있었는지 모른다. 아니다. 이건 명백한 오류다. 바위는 지금보다 더 큰 모습으로 이 자리에 있었을 것이다. 여기에도 오류는 있다. 바위는 지금보다 더 큰 모습으로 위쪽 어디엔가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준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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